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群山久景 군산구경
작가 : 김문호 (Moon Ho Kim) | |||
분류 : 개인전 | 장르 :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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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 2025.02.04 ~ 2025.02.20 |
전시 개요
-작가노트-
1966년 겨울, 중학교 졸업반 수업을 마치고 나는 군산을 떠났다. 도선장을 거쳐 장항선 기차를 타고. 이후 서울에서 살면서 군산에 대한 기억은 점점 희미해졌고, 우리 식구들 사이에서도 군산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강산이 여러 번 바뀌고 1982년 봄. ‘아, 그래 군산이 있었지’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결혼을 하고 첫 아이를 가졌을 때였다. 고향을 떠난 지 16년, 나는 비로소 다시 군산을 찾게 되었다. 내가 살던 집(지금은 다 헐리고 공원이 되었지만)과 다니던 국민학교, 자주 돌아다니던 선양동, 개복동 골목들, 중앙로와 영동, 그리고 중동 째보선창을 거쳐 도선장까지. 당시 선창에 늘어섰던 포장마차에서 해삼에 소주도 한잔 마시고. 오랜만에 옛 추억에 젖어 들었다.
이후 종종 군산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반갑기보다는 우울하고 안타까웠다. 어느 공장이 문을 닫아 몇 명의 실업자가 발생했다느니, ooo 골목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여러 여성들이 목숨을 잃었다느니... 오죽했으면 몇 해 전 한겨레신문 방준호 기자가 군산의 기업의 흥망과 노동자들의 실태를 다룬 보고서를 책으로 냈는데, 그 제목이 <실직도시>였을까.
가끔 찾았던 군산은 모든 것들이 정지된 것만 같았다.
실직도시가 아닌 정지된 도시.
나이가 들어가면서 고향에 대한 생각이 잦아졌고, 칠십이 되어서야 어린 시절의 기억과 잔영을 찾아 사진으로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다.
왜 그런 생각이 난 것일까? 이 심사의 정체는 무엇인가? 알 수 없고 찾을 길 없다. 그저 그리움일까? 그리울 것도 없는 가난했던 시절...
이 작업을 이어오는 내내, 아니 지금도 나를 따라다니는 시가 한 편 있다. 바로 신경림 선생의 ‘떠도는 자의 노래’.
외진 별정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
.... (이하 중략)
내가 오래전 군산에 놓고 온 것은 무엇이고, 또 버리고 온 사람은 누구인가? 어설프나마 작업을 마무리하려는 지금, 아직도 나는 무엇인가,
누군가를 군산에 두고 온 것만 같다. 아마도 나는 평생을 작은 사진기를 들고 잘 알 수 없는 잃어버린 것을 찾겠다고 서성이는 사람이지 않을까?
1966년 겨울, 중학교 졸업반 수업을 마치고 나는 군산을 떠났다. 도선장을 거쳐 장항선 기차를 타고. 이후 서울에서 살면서 군산에 대한 기억은 점점 희미해졌고, 우리 식구들 사이에서도 군산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강산이 여러 번 바뀌고 1982년 봄. ‘아, 그래 군산이 있었지’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결혼을 하고 첫 아이를 가졌을 때였다. 고향을 떠난 지 16년, 나는 비로소 다시 군산을 찾게 되었다. 내가 살던 집(지금은 다 헐리고 공원이 되었지만)과 다니던 국민학교, 자주 돌아다니던 선양동, 개복동 골목들, 중앙로와 영동, 그리고 중동 째보선창을 거쳐 도선장까지. 당시 선창에 늘어섰던 포장마차에서 해삼에 소주도 한잔 마시고. 오랜만에 옛 추억에 젖어 들었다.
이후 종종 군산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반갑기보다는 우울하고 안타까웠다. 어느 공장이 문을 닫아 몇 명의 실업자가 발생했다느니, ooo 골목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여러 여성들이 목숨을 잃었다느니... 오죽했으면 몇 해 전 한겨레신문 방준호 기자가 군산의 기업의 흥망과 노동자들의 실태를 다룬 보고서를 책으로 냈는데, 그 제목이 <실직도시>였을까.
가끔 찾았던 군산은 모든 것들이 정지된 것만 같았다.
실직도시가 아닌 정지된 도시.
나이가 들어가면서 고향에 대한 생각이 잦아졌고, 칠십이 되어서야 어린 시절의 기억과 잔영을 찾아 사진으로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다.
왜 그런 생각이 난 것일까? 이 심사의 정체는 무엇인가? 알 수 없고 찾을 길 없다. 그저 그리움일까? 그리울 것도 없는 가난했던 시절...
이 작업을 이어오는 내내, 아니 지금도 나를 따라다니는 시가 한 편 있다. 바로 신경림 선생의 ‘떠도는 자의 노래’.
외진 별정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
.... (이하 중략)
내가 오래전 군산에 놓고 온 것은 무엇이고, 또 버리고 온 사람은 누구인가? 어설프나마 작업을 마무리하려는 지금, 아직도 나는 무엇인가,
누군가를 군산에 두고 온 것만 같다. 아마도 나는 평생을 작은 사진기를 들고 잘 알 수 없는 잃어버린 것을 찾겠다고 서성이는 사람이지 않을까?
전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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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가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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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창풍경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