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났다. 비바람이 씻어낸 대지 위에서 숨을 쉬었고, 태양 아래서 몸을 덥혔다. 우리 존재의 뿌리는 흙과 물, 공기와 불 속에 녹아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문명을 쌓아 올리며 자연을 등지고자 했다. 숲을 베어내고 강을 가두었으며, 하늘마저도 인공의 빛으로 물들였다. 자연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야말로 인간 문명의 진정한 비극이 아닐까.

그러나 인간이 아무리 높은 탑을 세우고, 끝없는 길을 놓는다 한들, 우리는 결코 자연을 떠날 수 없다. 땅을 디디지 않는 자가 누구이며, 공기를 들이마시지 않는 자가 어디 있는가. 문명의 편안한 안식처는 결국 자연이 내어준 작은 쉼터일 뿐이다. 우리가 애써 감추고자 하는 사실은, 자연이 무너지는 순간 인간도 함께 붕괴한다는 진리다.

문명은 인간을 보호하는 동시에, 인간을 서서히 잠식하는 자가당착의 모순 속에 놓여 있다. 발전이란 이름으로 자연을 파괴하지만, 결국 그 대가는 인간 스스로에게 돌아온다. 바람이 불지 않는 하늘, 물이 흐르지 않는 강, 새의 노래가 사라진 숲을 상상해 보라. 그곳에서 인간은 무엇으로 삶을 노래할 것인가.



작가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며, 형태의 변화 속에서 공존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하는 공존의 길. 작가의 조형 언어에 그 의미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