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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무너지며 세워지는(Built While Fal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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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이민정 (LEE Min Jung)
분류 : 개인전 장르 : 서양화
전시기간 : 2025.09.05 ~ 2025.09.21

전시 개요

도로시 살롱은 2025년 9월 기획전으로 이민정 LEE Min Jung 개인전 <무너지며 세워지는 Built While Falling >을 개최한다. 이민정 작가의 개인전은 지난 2022년 도로시 살롱에서 열렸던 <눈과 마음> 이후 3년 만이며, 작가가 도로시 살롱과 함께 하는 두 번째 개인전이기도 하다.



이민정은 추상작업을 하는 작가이다. 자신이 감각하는 것, 무엇보다도 눈을 통해 보고 느끼는 것을 다시 자신만의 시각적 언어로 표현해 내는데 집중한다. 작가는 오랫동안 질서 속에서 무질서를 찾고, 무질서 안에서 질서를 찾으며 “무정형의 형태 안에 다층적인 감각을 담아 자신을 표현”하고자 부단히 연구하여, 구조적이면서 동시에 비정형적인 ‘잘’ 설계된 화면을 만들어 왔다. 언뜻 보면 어렵지 않게 쓱쓱 그린 단순한 그림 같지만, 실은 아주 오랫동안 생각하고 또 생각한 후 그리고, 또 생각하고 생각한 후 그리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나온, 수없이 많은 시행 착오를 거쳐 나온 결과물이다. 질서와 무질서가 묘하게 균형을 이루며 공존하는, 공존할 수 없는 대립적인 양극이 함께 하는 변증법적인 균형이 이루어지는 화면이 나오기까지, 작가는 어마어마한 시간과 노동력을 투자했다. 즉흥적이고 자유분방한 것 같지만, 그래서 쉽게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시 천천히, 그리고 꼼꼼히 들여다보면 작가가 세심하고 단단하게 쌓아 올린 견고한 구조가 보인다. 그가 켜켜이 쌓아 올린 사유이 시간이 만든 셀 수 없는 층들로 촘촘하다. 그런데 최근에 이민정이 작업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 작가는 더 이상 잘 된 그림을 그리려고 애쓰지 않기로 했다. 잘 된 그림을 그리려고 애쓰지 않고, 망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며, 잘 망친 그림을 그려보려고 했다고 했다. 잘 망친 그림이라니, 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이민정 개인전 <무너지며 세워지는 Built While Falling>은 망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잘 망쳐 보겠다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자신의 감각을 믿으며 직관적으로 그린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민정은 이번에 드로잉처럼 페인팅(회화) 작업을 했다고 했다. 드로잉은 솔직하게 직관적으로 그리는 그림이다. 작가의 모든 것이 그대로 드러나는, 그야말로 ‘날 것’이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에게 드로잉은 본 작업을 준비하는 연습이다. 아주 약간의 즉흥과 자유로움이 첨가되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 꼼꼼하고 치밀하게 설계된 페인팅을 해왔던 이민정에게 드로잉처럼 마음 가는 대로 솔직하게 작업하는 것은 그야말로 망치는 지름길일 수 있었다. 철저하게 사유 속에 작업하던 작가가, 오로지 몸의 감각으로만 그림을 그리겠다니, 엄청난 모험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험은 작가를 자유롭게 했고, 숙고 끝에 나온 조형적 판단으로 그린 그림 못지 않게 오로지 직관과 감각에만 의존하고도 충분히 조형적으로 완성도를 갖춘 그림이 그려졌다. 작가가 짧게는 10여 년 동안, 길게는 40여 년 동안 적극적으로, 혹은 일상 속에서 집요하고도 차분하게 이어 온 조형적 완성도를 향한 연구와 실험이 그의 감각에 녹아 들어 각인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질서와 무질서, 정형과 무정형, 완전과 불완전,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 의식과 무의식, 사유와 직관, 절제와 자유 등 서로 대립하는 요소들을 동시에 다루며 화면 위에서 변증법적 균형을 추구해 온 작가는, 때로는 가는 선으로, 때로는 면처럼 보일 수 있는 두꺼운 선으로 표현되는 힘찬 붓질의 움직임과 흔적이 만들어 내는 화면을 통해 우리에게 아름다운 조형이 무엇인지, 매력적인 선과 면과 색의 조화가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작가가 면밀하게 생각하고 그리며 익혀 온 감각(손)이 정신(의식)의 통제에서 벗어나 때로는 무너지고 또 때로는 세워지며 만든 아름다운 색면 화면들은 절제와 자유로움이 만들어내는 균형으로 우리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스스로의 감각을 믿으며, 자신의 감각에 집중하며 그려 낸 화면들은 그렇게 잘 ‘절제하기’를 망쳐서, 감각적으로 ‘잘 그려진’ 그림이 되었다. 조형적으로도 잘 그려진 그림임은 물론이다.



많은 사람들이 추상미술은 어려워한다. 보통 그림을 볼 때에는 그림이 그린 대상을 찾고, 그림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찾아내려 하기 때문인데, 그린 대상이 없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커녕 주제조차 없이 색과 면, 선에 집중해야 하는 추상화는 참으로 난감하기 그지없다. 그럴 땐 보통 사람들은 작품의 제목을 찾는다. 그런데 참 불친절하게도 많은 수의 작품들이 제목이 없다. 무제 Untitled 란다. 이민정의 작품도 꽤 많은 수가 ‘무제 Untitled’를 달고 있다. 이민정은 작품의 제목을 어떻게 정하냐는 질문에, 그림이 자신에게 주는 단서에서 찾는다고 했다. 그림의 주제, 소재 보다는 그림의 조형적 완성도에 집중하는 작업이기에, 작품의 제목은 어쩌면 작품의 조형성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데에는 굳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눈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게 되는 것이 추상이다. 추상미술을 감상하고 그 가치를 이해하는 데에는 어쩌면 작가가 수없이 많은 시간을 조형적 연구와 실험에 시간을 보낸 것처럼, 감상자에게도 많은 작품을 보고 느끼며 숙련된 눈을 만드는 수고가 필요할런지도 모른다. 분명히 숙련된 눈을 가지게 되면, 안목과 취향을 가지게 되면 추상미술은 좀더 친근하고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쉽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치 않고도, 어떤 추상 작품은 내 눈을 사로잡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그것이 내가 좋아하는 색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일 수도 있고, 선의 움직임이 내가 좋아하는 어떤 형상을 떠올리게 해서 일 수도 있으며, 또 그냥 그저 감각적으로 본능적이고 직관적으로 내 눈을 사로잡을 수도 있다. 예술의 힘이다. 그 어떤 말과 글로도 설명할 수 없는, 우리가 작품과 ‘눈이 맞았다’고 하는 예술의 힘. 이민정 개인전 <무너지며 세워지는 Built While Falling>에서 어쩌면 생각지도 못하게 어떤 작품과 눈이 맞아 행복하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돌아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작가가 잘 망친 그림을 그려도 된다고 마음을 비우고 난 후 또다른 새로운 조형적 완성도를 갖춘 작품이 그려졌듯, 추상미술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냥 느끼면 되는 것이라고, 마음을 비우고 편안하고 열린 마음으로 작품을 바라보았을 때 당신의 감각이, 이민정의 추상의 매력을 알아차리고 그 매력에 빠져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예술의 힘이다. 무너지면서도 세워질 수 있는, 예술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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