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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안 개인전 Eternal 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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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김시안
분류 : 개인전 장르 : 서양화
전시기간 : 2023.05.13 ~ 2023.06.04

전시 개요

인간이든 인간 아닌 존재든 그것들(의 수명)이 오래 가기를 바란다면, 삶의 시간 축을 어루만져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수명이라는 현실적 한계를 인식하면서, 우리는 안과 밖에서 생기를 불어넣는 방법을 고민해 왔다. 인간은 사는 동안 건강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고 물건은 깨지지 않도록 잘 닦고 안전한 위치에 보관할 뿐만 아니라, 만일에 대비하여 연명 수술하듯이 이상을 꿈꿔 미리 실현한다. 물건의 대체물을 하나 더 준비하고 생전의 멀쩡한 모습으로 영정 사진을 찍어두는 일. 이처럼 존재들의 오래감, 바꿔 말해 장수는 현실과 이상 사이를 얼마나 접근시키느냐에 달린 안건이다. 수명이라는 현실과 이를 인지하고 잘 다뤄 관리하는 방법은 마치 업데이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과 새로 나온 휴대 전화처럼 내부(소프트웨어)와 외부(하드웨어)의 상호 협의를 통해서 이뤄진다. 오래 유지하는 일—인간이 장수를 꿈꾸고 사물이 오래 보존되어야 한다는 강박은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간에 상관없는, 진짜와 허구를 불문하는 자율적인 곳에서 모습을 유지하는 데 초점이 놓인다.

이번 개인전 에서 김시안이 다루는 소재는 십장생이다. 그것은 사슴이나 복숭아에 대표되는 사물들에 장수나 늙지 않는다는 이상을 내비친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무릉도원 이야기에 대표되듯 인간 존재는 현세와 다른, 평화롭고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을 감각하고 그러기를 바란다. 단순히 바라봤을 때, 김시안의 작품은 십장생에 등장하는 소재를 작가가 귀엽게 그린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또는 삶의 허영심을 암시하는 바니타스(vanitas)와 상반되는 동양적 소재인 십장생을 정물화 구성을 통해 표현했다고 보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런데 김시안의 작품에서 흥미로운 점은 십장생의 소재를 3D 프로그램상에서 만든 뒤에 화면에 옮기는 점에서 출발한다. 가상 공간에서 마치 점토를 만지듯 만든 형태는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그의 작품에서 사슴, 복숭아, 소나무는 단순화되고 간결한 형태와 색채로 그려진다. 무(無)에서 작가가 빚어낸 형태는 3D 프로그램 모니터와 작품이라는 두 공간에서 생명을 유지하는데, 이곳 또한 무의 공간이다. 말하자면 그곳은 아무것도 없거나 무엇도 불가능한 곳이 아니라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작품에 그려진 사물들은 생명이 없는 존재와 살아 있는 존재와의 사이를 오간다. 작가가 두 공간을 넘나들며 만든 형상은 그곳에서 창조되고 살아 숨 쉬는 존재이며, 현실에 없거나 모니터 상의 허구라는 판단으로 기각할 수 없는 것들이다. 십장생을 재현 대상=모티브로 단순히 그리는 대신, 작품은 십장생을 통해서 오래감/장수의 논리를 부각한다. 그의 회화는 아무것도/어디에도 없는 곳에서 사물을 두고 이상을 결정화(結晶化)하는 인간의 관점뿐만 아니라 사물을 향한 오래감을 그림에 담아낸다. 작품은 박제와 분석을 통해서 지난 시기의 물건을 관리하는 박물학적 태도 또한 보여준다. 예를 들어 소나무에 마치 풍선이 씌워진 표현, 화면 일부를 커튼처럼 얇은 막이 걸린 표현은 그 안에 있는 것들을 잘 보관하고 유지하려는 태도로 보인다. 또한 거울처럼 반영상이 비친 매끈한 바닥은 고정된 상태에서 구석까지 잘 보일 수 있게 마련된 디스플레이로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작품에서 작가의 시선은 인간과 사물 둘 다를 향하고 이들이 오래감을 둘러싸서 맺는 상징적이고 박물학적 관계를 포착한다.

그렇게 본다면, 작가의 회화에서 두드러진 도자기나 토기와 같은 질감은 에어브러시와 상반되는 것이며 모니터로 모든 것이 이뤄지는 현대인의 삶에 위안을 준다는 해석과 달리 봐야 한다. 이전에 도예 작업을 선보이기도 한 작가가 작품에 매끈한 톤과 질감의 두 가지 표현을 시도할 때, 이는 오히려 유물의 성격과 3D를 토대로 그린 가상적 표현의 교차점을 보여준다. 토기처럼 부서지기 쉬운 물건이 지금 시대까지 남아 있고, 이를 잘 보관하고자 하는 박물학적 접근은 물건의 형태는 물론, 그 사물이 담긴 의미를 면밀하게 연구하는 과정에서 시각 자료가 데이터로 저장되기도 한다. 김시안의 작품에서 간소화된, 그러나 직각이나 직선을 띠지 않는 사물들은 십장생이라는 하나의 고전적 상징과 상징하기의 논리 못지않게 3D 프로그램과 박물관 전시실에서 형태와 의미가 시간적 흐름과 변화 속에서 오래감의 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측면을 가시화한다. 빚어서 만든 점토 조각처럼 형태가 변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런 변화 속에서도 형태와 장수의 의미가 여전히 보존되는 공간을 작가는 3D 스케치와 작품 화면이라는 두 공간을 통해서 보여준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보존의 공간은 오래감=장수에 이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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