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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EXHIBITION

가리고 가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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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안준영
분류 : 개인전 장르 : 서양화
전시기간 : 2024.02.07 ~ 2024.02.25

전시 개요

도로시 살롱은 2024년의 문을 여는 첫 전시로 안준영 개인전 <가리고 가려도>를 개최한다.

안준영은 불면에서 시작한 불안과 강박, 집착 등 다양한 심리적 상태로 인해 나타나는 신체적 증상의 발현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 밀도 높은 드로잉 작업으로 주목 받고 있는 작가이다. 불면을 극복하기 위하여 양을 그리고, 아주 섬세하고 집요한 솜씨로 해골과 갈비뼈를 그리고, 심장을 쥐고 있는 손을 그리고, 또 여러 개의 심장을 쌓아 올리고, 사람의 장기 옆에 셀 수 없는 많은 발을 달고 있는 벌레를 그리며 자신이 겪고 있는 신경증과 신체적 징후들을 이해하려는 작가의 노력은 우리 앞에 낯설고 기이하지만 감탄할 수 밖에 없는 묘하게 매혹적인 초현실적인 이미지로 귀결되어왔다.

이번 전시에서 안준영은 기존에 집요하게 파고 들었던 내적 불안과 신경증에서 좀더 나아가, 인간의 삶과 죽음, 생명과 존재의 의미, 그리고 생명력에 대한 이야기를 시각화하는데에 집중한다. 작가가 기존의 '수역(2023)' 연작을 발전시킨 '수역 - 못 그린 원 (2023)'에서 물에 잠겨 보이지 않는 것과 물 위에 있어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이라는 인간의 시지력 범위에 대하여 은유적으로 표현하면서, 그 위에 '못 그린 원'이라는 하얀 형태의 공백을 남겨 두고 이를 스스로를 응시하는 '빛'이라고 말한다. 내가 바라보고 있지만 사실은 나를 바라보고 있는 빛, '못 그린 원'은 작가의 말에 의하면 라캉의 '응시'이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환상의 빛>에서 한 남자를 죽음으로 이끌고 간 빛이기도 하다. 너무나 밝아서 보고 있지만 볼 수 없는 것, 그것이 어쩌면 삶과 죽음을 가르는 어떤 것이며, 그 안에서 존재와 생명의 정의와 삶과 죽음의 까닭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존재의 이유’, '생명력'을 '보는 것'과 연결시키는 것은 그의 신작 '수역 - 가리고 가려도(2023~24)’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가리고 가려도' 연작에는 폭발하는 붉은 연기가 등장한다. 검은 새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작지만 강렬한 탄식이기도 하고, 또 근원을 알 수 없는 엄청난 규모로 폭발하는 붉은 연기들은, 작가의 표현에 의하면 호흡이 뱉어내는 숨이다. 생명체의 몸 안에서 생명체 스스로가 만들어 내지만 스스로의 의지로 제어할 수 없는 숨. 호흡은 내가 조절할 수 있지만, 내가 호흡으로 뱉어내는 숨은 정확하게 어떤 과정으로 이 숨이 만들어지고 나오는지 매순간 겪고 있으면서도 인지하지 못한다. 제어할 수 없지만 분명히 내가 만들어냈고 나의 몸밖으로 내보낸 것, '숨'. 안준영은 이 '숨'이야 말로 우리가 가리고 가려도 가릴 수 없는 우리 본연의 모습, 우리의 본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도록 붉은 색을 입혔다. 이 숨이 없으면, 호흡이 끊어진다면 우리의 삶도, 생명도 꺼진 것이다. 안준영은 검붉은 빛으로 터져 나오고 폭발하는 숨으로 우리의 생명을, 삶을, 그리고 죽음을 표현한다. 생명력이, 존재가 분명히 보일 수 있도록 붉은 잉크로 그리고 또 그린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극도의 불안감을 느낀다. 인간이 오감각을 통하여 인지한다고 해도, 인지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시각일 것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와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때, 피부로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을때와 아무 냄새도 맡을 수가 없을 때, 아무런 맛을 느끼지 못할 때 중 어떤 것이 가장 두려운가 생각해보자. 우리의 존재에 대하여, 생명에 대하여 불안하고 두려운 것은 아마도 눈으로 볼 수 없고 확인할 수 없어서이기 쉽지 않을까. 그래서 안준영은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을 볼 수 있게, 보이게 만들려고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시각화하며 불안의 원인을 찾고 해소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로는 충분하지 않다. 볼 수 없어서, 보이지 않아서, 그래서 확신할 수 없어서 불안한 우리는 보이는 것을 확인하고, 보이게 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볼 수 있어서 확인하고 확신할 수 있게 되면 안심하고, 그래서 삶을 살아 갈 수 있게 된다. 나는 본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마지막으로 그려낸 ‘헤일로 Halo(2024)’ 연작의 붉은 원을 안고 있는 혹은 붉은 숨결이 스치는 생명력으로 넘쳐나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새들로 시선을 돌려본다. 어둠 속에서 우리를 뚫어지게 응시하는 못그린 원, 환상의 빛은 생명의 빛일까, 죽음에의 유혹일까. 보는 것이 힘이고, 보고 확인할 수 있는 것만이 진실일까. 우리의 존재는, 우리의 삶과 죽음은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안준영이 집요하고 세밀하게 켜켜이 쌓아 그은 선들과 함께, 우리가 보고 생각해야 할 것들이 아주 많다. <가리고 가려도 Hide and Hide again But>, 보일 것은 보인다. <가리고 가려도 Hide and Hide again But>, 터져 나올 것은 터져 나와 드러난다.

전시 작품

  • 수역_못그린 원 6

    수역_못그린 원 6

  • 수역_못그린 원 7

    수역_못그린 원 7

  • 수역_가리고 가려도 1

    수역_가리고 가려도 1

  • 수역_가리고 가려도 2

    수역_가리고 가려도 2

  • 수역 2

    수역 2

  • 수역 4

    수역 4

  • 헤일로 1

    헤일로 1

  • 수역_수상한 움직임 2

    수역_수상한 움직임 2

  • 수역_수상한 움직임 A

    수역_수상한 움직임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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