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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전우화: 월전 장우성의 영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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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장우성
분류 : 개인전 장르 : 서양화
전시기간 : 2022.04.07 ~ 2022.07.03

전시 개요

월전月田 장우성張遇聖(1912-2005)은 20세기 후반 수묵채색화의 전개와 형성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는 사회 전반은 물론 문화와 미술의 전면적 서구화가 진행된 20세기의 상황 속에서 전통시대 문인화文人畵의 미의식과 표현방식을 계승, 발전시키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일구어 갔다. 이는 20세기 후반 수묵채색화 작가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주요한 하나의 경향을 이루게 되었다. 이러한 월전의 작품세계에 있어서 영모화翎毛畵, 즉 동물 그림은 핵심적인 장르였다. 

월전은 초기였던 1930년대부터 갈매기, 소, 호랑이 등 다양한 동물 그림을 그렸다. <조춘早春>(도1)에서 볼 수 있듯이 그의 초기 동물 그림에서는 사실성과 장식성이 두드러진다. 당시 월전은 사실적인 표현을 위해 몇 차례 동물원에 방문하여 갈매기를 스케치하기도 했다. 과거의 작품이나 판화 화보畵譜 등을 참조하여 정형화된 동물을 그리던 과거의 방식과 다른 태도를 취한 것이다. 사실 이는 20세기 전반 서구 미술의 자극에 따른 반향으로 동아시아 전체에서 등장했던 흐름이자 특징이었다. 

이후 월전은 194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전통의 계승을 통한 혁신과 모색으로 작품의 방향을 설정해갔다. 이는 그가 이 무렵 새롭게 창립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의 교수로 부임하였던 일과 무관하지 않다. 해방 이후 생긴 효시적인 미술대학에서 수묵채색화 교육을 맡게 되었으니만큼 방향 설정이 그만큼 중요했던 것이다. 당시 월전은 우리의 전통을 토대로 한 수묵채색화의 확립과 발달이 필요하다고 여겼으며, 바로 문인화는 그가 생각했던 유의미한 전통이자 해법이었다. 

과거 문인화에서 볼 수 있듯이 변화감이 풍부하고 활달한 먹의 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이를 넓은 여백에 배치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했다. 또 그려지는 대상을 세밀하게 그리지 않고 그 특징을 요점적으로 파악해서 그려냈다. 여기에 그는 새롭게 사실주의적 표현방식을 도입했다. 본격적인 작품의 제작에 앞서 대상의 형태를 정확하게 반영한 스케치와 다음 단계에 해당되는 초본을 제작했다. 이를 통해 전통시대 문인화에서 볼 수 없었던 사실성이 커졌고 비례도 좋아졌으며 시각성도 강화되었다. 문인화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약점이기도 했던 비재현적 측면을 서양화풍의 절충을 통해 극복한 것이다. 당시 그는 <청년도靑年圖>(도2)와 같은 자신의 수묵담채 인물화를 통해 이를 실천했고, 이를 교육에도 적용했다. 

이후 그는 이러한 표현방식을 인물화 뿐 아니라 자신의 작품세계 전반의 특징으로 삼았으며동물 그림에도 적용했다. 1970년대 후반의 작품인 <비상飛翔>(도3)을 보면 기러기의 해부학적인 특징이 잘 반영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단축법을 적용함으로써 이를 박진감 넘치게 그려낸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는 세밀한 선과 짙은 채색으로 얻은 효과가 아니라 먹의 점, 선, 면과 그 퍼짐을 적절히 이용한 것이다. 군백색群白色의 점을 바깥쪽에 찍고 가운데를 여백으로 남겨 그려낸 달도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를 통해 사실성과 표현성이 조화를 이룬 화면이 완성되었다. 여기에 월전은 화면 우측에 북송대北宋代 범중엄范仲淹(989-1052)의 「귀안歸雁」을 차운次韻한 시를 풍부한 변화미를 갖춘 서체로 적었다. 문인화의 이상적 경지로 여겨졌던 시, 서예, 회화의 융합을 추구하고 이루었음을 살펴볼 수 있다. “앞 반려들과 이어져 옛 산천을 지나고 또 지난다. 북방 변경의 요새를 한 줄로 가로질러 만리 밖 푸른 구름 속으로 사라진다.”는 시구는 작품의 서정성을 극대화한다. 보통 갈대와 함께 그려지며 ‘노후의 편안함’을 상징하던 기러기를 새로운 의미와 성격으로 재해석하는 월전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결코 과거 그대로의 동물 그림을 그리지 않은 것이다. 

한편 월전은 <노묘怒猫>(도4)에서 볼 수 있듯이 1960년대 후반부터는 강한 시사성을 내포한 동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장수長壽의 의미와 결부되어 그려지던 고양이를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서 다루었다. “고양이의 짐승됨은 사납고 날랜 기상과 도둑질하는 놈을 내쫓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 나는 이 고양이가 한번 외쳐대면 아마 세간의 일체 도둑 쥐 같은 모리배들이 다 물러가리라고 여긴다.”라는 제발은 그 의미를 전해주고 있다. 조선 전기 서거정徐居正(1420-1488)이 고양이 그림을 보고 지은 제시題詩 가운데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는 것을 나라를 좀 먹는 해를 없애고 백성을 해치는 재앙을 잘라내는” 것에 비유하였던 사실을 통해 볼 때, 이러한 성격을 지닌 영모화가 전통시대에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으나 결코 보편적인 것은 아니었다. 장우성은 이러한 전통을 되살려 자신의 작품세계에 있어서 중요한 하나의 방편으로 삼았던 것이다. 

1998년 작 <황소개구리>(도5)는 이러한 경향을 심화시킨 작품이다. 뱀을 먹는 황소개구리의 모습에 빗대어 서구의 문화와 문물이 기존의 것을 잠식해 들어가는 폐해를 고발하고 있다. 넓은 여백 속에 불균일한 선과 담채를 이용하여 간결하게 황소개구리를 그려냈다. 개구리 자체의 외모의 특징은 잘 반영되어 있지만, 기존의 작품들에 비해서 표현성이 두드러지게 되었다. 또한 화면의 우측 상단에 장문의 제발을 적음으로써 작품의 의미적, 구성적 완성도를 높였다. 작품상에서 재현적인 측면, 시각적인 측면보다 의미적인 측면과 지적知的인 측면에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한 셈이다. 이러한 시사적이고 풍자적인 동물 그림은 그의 작품세계의 백미에 해당된다. 동물에 빗대어 인간사회의 비열함과 천박함, 온갖 부정부패가 팽배한 서글픈 세태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의도가 담긴 것이었다. 바로 그림으로 그려진 우화寓話의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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