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에 부착된 라벨과 전통산수화를 결합하는 작업을 선보이는 김신혜 작가의 개인전 <두 번째 장면(Second Scene)>이 성수동 레이블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레이블 갤러리에서 수집해온 2000여 개의 샘플 라벨들 중 자연이 담긴 디자인을 선별해 작업한 신작전이다. 갤러리에서 수집한 샘플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국가에서 수집해 온 것들도 포함되어 있어, 그간 작가가 주로 보여주었던 일상 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샘플들과는 다른 새로움과 낯섦을 느낄 수 있겠다.


레이블 갤러리와 김신혜 작가와의 인연은 꽤 깊다. 점착라벨과 연결고리를 갖는 작품 위주로 전시하는 레이블 갤러리에서 2013년 첫 개관전으로 그의 개인전을 열었었고, 다가오는 후년의 10주년을 맞이하여 그의 작업을 다시금 꺼내 보며 이번 기획이 성사된 것이다.


김신혜의 작업은 틀에 박힌 전통 산수화가 아닌 현대 회화 안의 새로운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작업은 라벨에 새겨진 자연 이미지에서부터 시작된다. 산, 들과 같은 자연 이미지가 붙어 있는 상품의 용기를 수집한 후 그 속에 있는 이상적 이미지를 확장하여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도시에서 경험하게 되는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자연을 동경하고 있지만 도시 속 소비문화에 길들여진 그 자신을 돌아보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 작업은 단순히 라벨의 재현이라 말할 수 없다. 원본에서 시작된 이미지 단서는 작가의 상상력에 힘입어 색다른 장면으로 번져 나가기 때문이다. 그림을 보는 이들은 처음 작품을 마주하였을 때 제품에 부착된 라벨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다 문득 이를 망각하고 자연스레 이어지는 세계‘두 번째 장면(Second Scene)’으로 시선이 옮겨지면서 새롭고 낯선 장면과 공간을 체험하게 된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섬세하고 감각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동양화적 요소들이 더해진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작가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이를 찾아내는 것도 작품을 감상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이번 신작을 프리뷰한 경기대학 교수 박영택 미술 평론가는 “라벨로부터 작업의 실마리를 찾는 이 작업은 선험적이고 목적론적인 작업의 의도를 지우고 우연히 발견된 오브제 안에서 그림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안에 잠복해 있는, 전통적으로 동양화에서 다루어 왔던 세계를 다시 환기시킨다. 이는 전통이 키치화되고 있는 그 지점에서 이를 뒤집어 그 안에서 새삼 전통의 본 얼굴을 새롭게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28일까지 진행 되오니, 관람을 통해 무한히 확장된 자연을 느끼고 상상해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 보길 바란다.